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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의 “여백”을 위해
가끔은 아무 일도 없는데 마음이 지친다. 해야 할 일은 끝났는데, 이상하게도 속은 더 복잡해진다. 비어 있는 시간이 생겼는데도, 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는 쉬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비워지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럴 때 성경을 펼친다.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서라기보다, 내 안에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내 영혼에 ‘여백’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삶을 빈틈없이 채우려 한다. 생각도, 감정도, 시간도 가능한 한 촘촘하게 메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채워진 삶은 점점 무거워진다. 말하지 못한 감정, 정리되지 않은 생각, 미뤄둔 질문들이 내 안에 겹겹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 견디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삶이 된다.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무언가를 더 쌓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잠시 멈춰 서서 내 안에 쌓여 있던 것들을 바라보는 일이다. 말씀이 내 안으로 들어오면 정리되지 않았던 생각들이 천천히 가라앉고, 이름 붙이지 못했던 감정들이 조용히 제자리를 찾기 시작한다. 성경은 내 삶을 대신 정리해 주지 않는다. 다만, 내가 스스로 정리할 수 있도록 충분한 여백을 내어준다.
그 여백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나를 만난다. 사람들 사이에서 만들어진 내가 아니라, 역할과 책임으로 덧입혀진 내가 아니라,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의 가장 솔직한 나를 마주하게 된다. 그 순간은 때로 불편하다. 외면하고 싶었던 감정과 피해가고 싶었던 질문들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영혼은 다시 숨을 쉰다.
혼자 있는 시간은 종종 외로움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소리를 채우고, 사람을 찾고, 무언가에 연결되려 한다. 하지만 성경을 읽는 시간은 다르다. 그 고요함 속에서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말씀이 내 안에 머무를 때, 침묵은 공허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깊은 대화가 된다. 고독은 더 이상 견뎌야 할 시간이 아니라 머물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우리는 채워야 산다고 믿는다. 그래야 불안하지 않고, 그래야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앙은 다르게 말한다. 하나님은 가득 찬 사람보다 여백이 있는 사람 안에 더 깊이 머무신다. 그래서 성경은 나를 채우기보다 비워내도록 이끈다. 급하게 쥐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게 하고, 불필요하게 쌓아두었던 것들을 흘려보내게 한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도, 더 빠른 해결도 아니다. 그저 잠시 멈춰 내 영혼에 자리를 내어주는 일이다. 하나님이 머무실 수 있는 자리, 말씀이 스며들 수 있는 자리, 그 조용한 공간. 그래서 나는 오늘도 성경을 읽는다. 삶을 더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친 마음을 덜어내기 위해서도 아니라, 내 영혼에 다시 여백을 만들기 위해서. 할렐루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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