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의 ‘경건한 풍자’라는 책에 실린‘거위의 날개’ 이야기입니다. 거위들이 주일마다 모여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한 마리의 목사 거위가 설교를 합니다.
“창조주는 모든 거위들에게 ‘날개’를 주었고, 모든 거위들은 이 ‘날개’로 강 건너 고향으로 날아갈 수 있습니다. 거위들에게 얼마나 숭고한 사명이 주어졌는지” 말했습니다. “창조주는...” 예배에 참석한 암거위들은 ‘창조주’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모두 허리를 굽혔고, 숫거위들은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 집에서 그들은 다만 이방인일 뿐이고, 자유롭게 본향으로 날아가는 게 그들의 사명이라고. 거위들은 주일마다 비슷한 설교를 들었지만 예배가 끝나자마자 자기 집으로 돌아가기에 바빴습니다.
거위들은 식성이 좋아서 포동포동 살이 올라 먹음직스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집 주인에게 차례로 잡아먹혔습니다.
그렇게 잡아먹히면서도 자신들의 등에 붙은 커다란 '날개'를 사용하여 날아보려고 고민하는 거위는 별로 없었습니다. 거위들은 자신들의 날개는 언젠가 강 건너 고향으로 날아갈 때나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창조주에게 요구받았던 목표를 향해 날아오르기 위해 날개를 사용하려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거위는 별로 없었습니다. 그들은 언제가 올 죽음에 대비하기 보다는 지금 당장 느끼는 자신의 건강에 몰두했기 때문입니다.
게중에는 괴로워하며 비쩍 말라가는 거위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이런 거위들을 볼 때마다 ‘현실적인’ 다른 거위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런다고 날 수 있겠어. 날개에 집착하다보면, 저들처럼 말라빠지고, 발육도 못하고, 우리들처럼 하나님의 은혜를 듬뿍 받을 수 없어. 우리는 그분 은총으로 이렇게 포동포동 살이 찌고 먹음직하게 되었잖아. 우린 지금 충분히 건강해.”그렇다고 거위들은 날개를 떼어버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도 주일 외에는 날개를 이야기하는 거위는 없었습니다. 이들은 운동을 하지 않았고, 예배 때에 잠시하는 경건한 허리운동과 목운동으로 만족했습니다. 키르케고르는 그리스도교의 예배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콕 집어 이야기 합니다.
키엘케골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리스도인들이 이 세상의 삶에 안주하면서 “날개” 즉 “구원”에 대한 소망과 관심이 사라진 “날지 못하는 거위”“날지 않으려는 거위”와 같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날개가 있지만, 결코 날지 않는 새는 나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 아닙니다. 힘쓰고 애써서 날개짓을 하여 하늘로 날아 오르는 것보다 이 땅에 발을 디디고 한가하게 돌아다니는 삶이 더욱 편하고 재미있고 유익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등에 붙어 있는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을 향하여 멋지게 날아 보겠다고 꿈은 꾸지만 이 땅에서 가진 것들로 인하여 점점 더‘무거운 새“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등에 붙어 있는 날개는 자신의 멋을 내는 장식물이 되어 버리고, 자기 자신이 하늘을 나는 날개를 가진 새라고 하는 것을 잃어 버리고 맙니다.
진정한 소망과 꿈은 헛된 것들로 바뀝니다. 그리고 이 땅에 만족이라는 가장된 악한 권세 앞에 끌려 멸망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거위는 땅위에 살기 위해 날개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날아가도록 그에게 날개가 있는 것입니다.
내 자신에게 다시 물어보십시다. 나는 지금 충분히 행복한 살이 오른 통통한 거위인가, 아니면 ‘복음은 이게 아닌데’ 고뇌하는 ‘비쩍 마른 거위인가? (dreaming philosopher hwang, Column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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