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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린 자리에서 남아 있는 믿음」
어느 날, 신문 기사와 TV뉴스를 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는 하루아침에 성공가도를 달리고, 누구는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 채 사라집니다. 세상은 늘 이렇게 묻습니다.
“누가 성공했는가?”
“누가 더 많은 것을 가졌는가?”
그 질문 앞에서 문득 청년 시절, 신학에 입문하기 전에 애독했던 한 소설이 떠올랐습니다.
A. J. 크로닌의 『천국의 열쇠』입니다. 이 소설에는 같은 출발선에 섰던 두 신부가 등장합니다. 프란시스 치셤 신부와 그의 친구 햄리시 맥냅 신부. 같은 고향, 같은 신학교, 같은 날 사제 서품을 받았습니다. 출발은 같았지만, 삶의 방향은 달랐습니다.
맥냅 신부는 눈에 보이는 성공의 길을 걷습니다. 안정된 본당, 사람들의 신뢰, 교회 안에서의 인정. 누가 봐도 ‘잘되고 늘 멋진 인생’입니다.
치셤 신부는 그 반대편에 서 있습니다. 늘 문제 인물로 취급받고, 좌천을 거듭하고, 마지막에는 이름 없는 선교지로 떠납니다. 성과도 없고, 박수도 없고, 남길 만한 기록도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치셤은 정말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을까요?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한 친구가 점점 더 높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자신은 점점 변두리로 밀려나는 현실 앞에서 치셤의 마음은 과연 평온하기만 했을까요? 아마도 아니었을 것입니다. 사람이니까요. 비교하지 않으려 해도 비교가 되고, 부르심을 붙들려 해도 마음 한켠에서는 “나는 왜 이런 길일까”라는 질문이 조용히, 그러나 집요하게 고개를 들었을지 모릅니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비교입니다.
“저 사람은 잘 나가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럴까?”
“나는 왜 이렇게 더딜까?”
“나는 왜 열매가 없을까?”
하지만 우리는 자주 잊습니다.
각자에게 주어진 코스가 다르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속도가 다르고, 마주하는 장애물이 다르고, 길의 모양 자체가 다릅니다. 누군가는 평탄한 길을 달리고, 누군가는 오르막을 오르고 있으며, 누군가는 돌아가야만 하는 길을 걷고 있습니다. 같은 시간, 같은 노력처럼 보여도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다른 사람의 직선 코스를 보며 내 굽이진 길을 실패로 착각한다는 데 있습니다. 신앙은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흔들리면서도 다시 하나님 쪽으로 몸을 돌리는 것입니다.
치셤의 위대함은 비교하지 않았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비교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도 그 비교에 자기 인생의 방향을 맡기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맥냅의 성공은 치셤에게 분명 시험이었을 것입니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말이 현실 앞에서 얼마나 공허하게 들릴 수 있는지 몸으로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치셤은 선택합니다. 성공처럼 보이는 길이 아니라 부르심처럼 느껴지는 길을. 신앙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성공을 보지 못해서 흔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성공을 보고도 그것을 인생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 것. 우리는 종종 이렇게 생각합니다.
믿음이 좋으면 비교하지 않을 거라고,
기도가 깊으면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성경의 인물들도, 신앙의 이야기들도 늘 흔들리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다만 그들은 흔들릴 때마다 하나님을 더 꼭 붙잡았을 뿐입니다. 신앙은 성공을 증명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신앙은 하나님 앞에서 서는 자세입니다.
잘 풀릴 때도, 잘 안 풀릴 때도 “그래도 이 길에서 하나님을 놓지 않겠습니다”라고 다시 방향을 고백하는 삶입니다.
치셤의 삶에는 화려한 성취는 없었지만 하나님을 향한 방향은 끝내 바뀌지 않습니다. 사람의 평가가 아니라 하나님의 시선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결과를 묻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과정 속의 마음을 보십니다. 세상은 성공을 기록하지만, 하나님은 충실함을 기억하십니다.
그래서 『천국의 열쇠』는 말합니다. 신앙은 잘된 인생, 성공한 사람을 만드는 이야기가 아니라 끝까지 하나님 곁에 남아 있는 인생의 이야기라고. 나는 지금 흔들리지 않으려 애쓰고 있는가, 아니면 흔들리면서도 하나님을 붙들고 있는가. 그 차이가 신앙의 본질을 결정합니다. 할렐루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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